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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5년 앞두고 있다고 하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중장년 재취업과 은퇴 이후의 삶을 하나씩 알아볼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퇴직 준비는 퇴직하는 해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월급이 들어오고 회사라는 울타리가 있을 때 시작해야 훨씬 유리했습니다.
특히 5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그동안 해온 일을 정리하고, 퇴직 후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 실제로 해보고, 부족한 능력을 배우다 보면 금방 지나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머릿속으로만 고민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현실에서 확인해봐야 합니다.
경력 정리
퇴직 준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격증을 알아보는 것도,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일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경력을 설명하는 일이 의외로 어렵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부서명과 직급만 말해도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만, 회사를 벗어나는 순간 그것만으로는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년 동안 영업부에서 일했다고 해서 경력을 단순히 '영업 20년'이라고 적는 것과, 신규 거래처 발굴, 기존 고객 관리, 매출 목표 관리, 거래처 민원 조정, 후배 직원 교육 등의 경험으로 나누어 적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관리직이라면 사람을 관리했던 경험이 있고, 사무직이라면 문서 작성과 일정 관리 경험이 있으며, 현장직이라면 장비나 공정에 대한 지식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나씩 꺼내보는 것이 경력 정리의 시작입니다.
저라면 퇴직 5년 전부터 매년 한 번씩 '내가 올해 새롭게 한 일'을 적어둘 것 같습니다. 담당했던 업무, 해결했던 문제, 프로젝트, 성과, 사용했던 프로그램과 장비, 교육받은 내용, 함께 일했던 분야까지 기록해두는 것입니다. 오래된 경력 중에는 앞으로도 쓸 수 있는 것이 있고, 이제 시장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구분해야 다음 직업을 선택하기 쉬워집니다.
경력 정리는 이력서를 미리 쓰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퇴직 후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기 위한 기초 자료가 됩니다. 새로운 직업을 찾는다고 해서 지난 20~30년의 경력을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의 경험 중 다음 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연결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생활비와 연금 점검
경력을 정리했다면 그다음에는 돈을 계산해야 합니다. 퇴직 후의 생활을 생각할 때 막연히 '월 200만 원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지출 내역을 확인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주거비, 관리비, 식비, 보험료, 통신비, 교통비처럼 매달 반복되는 지출부터 의료비, 경조사비, 자동차 유지비, 여행비처럼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비용까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을 언제부터 얼마씩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퇴직 시점과 연금 수령 시점이 같지 않다면 그 사이에 소득 공백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60세에 회사를 그만두는데 안정적인 연금 수입이 몇 년 뒤부터 시작된다면, 그 기간의 생활비를 저축으로 감당할 것인지 재취업으로 채울 것인지 미리 결정해야 합니다.
이 계산이 중요한 이유는 퇴직 후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매달 반드시 300만 원이 필요한 사람과 150만 원 정도의 추가 소득이면 생활이 가능한 사람은 선택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다릅니다. 필요한 금액을 정확히 알면 무조건 이전 직장과 비슷한 연봉을 주는 일자리만 찾을 필요도 없어집니다.
퇴직 준비에서 돈을 많이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가 필요한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부분과 줄이기 어려운 부분을 구분하고, 연금과 저축으로 충당되는 금액을 빼고 나면 퇴직 후 일을 통해 벌어야 할 금액이 보입니다. 그 금액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제2직업도 훨씬 현실적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제2직업 미리 시험하기
퇴직 3~4년 전부터는 '무슨 일을 할까'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시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제2직업을 하나로 확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상당히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격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서 취업이 잘된다고 해서 자격증부터 취득하기보다 실제 채용공고를 먼저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연령대를 채용하는지, 신입도 가능한지, 자격증 외에 경력을 요구하는지, 급여와 근무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뒤 교육을 선택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야 일자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작은 경험부터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주말 교육을 받아보고, 단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봉사활동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나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다면 작은 규모로 직접 운영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강의를 해보고 싶다면 처음부터 직업으로 삼기보다 소규모 수업이나 온라인 콘텐츠부터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실험의 목적은 당장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재미는 있는지, 체력적으로 가능한지, 실제 수요가 있는지,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크지는 않은지 직접 경험해봐야 합니다. 맞지 않는다면 퇴직 전에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아직 월급이 들어오는 시기에 실패해보는 것이 퇴직 후 생계가 걸린 상태에서 실패하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디지털 역량과 관계 준비
퇴직 준비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디지털 적응력입니다. 새로운 직업을 구하는 과정부터 이미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집니다. 채용공고 검색, 이력서 제출, 교육 신청, 화상면접, 각종 정부지원 신청까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거창한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서 작성, 엑셀의 기본 기능, 파일 관리, 온라인 회의, 클라우드 사용처럼 실제 업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부터 익히면 됩니다. 최근에는 AI를 이용해 자료를 검색하고 문서를 정리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는 일도 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기능을 전문가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구가 등장했을 때 겁내지 않고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정도의 적응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 오래 다니다 보면 인간관계 대부분이 회사 안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그런데 퇴직하는 순간 회사 이름과 직함으로 연결되어 있던 관계 중 상당수가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퇴직 후 새로운 일을 찾을 때는 회사 밖에서 알게 된 사람이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퇴직하기 전부터 교육, 동호회, 자격증 과정, 지역 모임, 봉사활동 등을 통해 회사 밖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좋습니다. 재취업을 부탁하기 위해 인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회사 밖 관계가 조금씩 생기면 퇴직 이후 느끼는 단절감도 줄일 수 있습니다.
퇴직 전 생활 방식 바꾸기
퇴직이 1년 정도 앞으로 다가오면 준비의 초점을 직업에서 생활 전체로 넓혀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출근 시간이 하루의 시작을 정해주고,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이 생활의 리듬을 만들어줍니다. 퇴직하면 이 구조가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그래서 퇴직하기 전부터 쉬는 날을 어떻게 보내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운동하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사람을 만나는 시간, 혼자 보내는 시간을 어느 정도 정해보는 것입니다. 퇴직 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생활이 자신에게 맞는지, 일정한 일이 있어야 생활 리듬이 유지되는지도 미리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가족과의 대화도 필요합니다. 퇴직은 한 사람의 직업 변화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득이 달라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도 크게 변합니다. 여행이나 취미처럼 기대되는 부분도 있지만 생활비와 집안일, 부모 돌봄, 자녀 지원 문제처럼 현실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서로 생각하는 퇴직 이후의 모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 1년 전에는 이력서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실제 퇴직자의 생활에 가까운 하루를 조금씩 경험해보는 것이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일주일에 몇 번 운동하고, 어떤 공부를 하고, 누구를 만나며, 얼마를 쓰고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보면 퇴직이라는 변화가 훨씬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상 질문
Q. 퇴직이 5년이나 남았는데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은 너무 빠르지 않나요?
A. 오히려 월급이 들어오는 지금이 준비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험해보고 맞지 않으면 다시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에는 소득 문제 때문에 선택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Q. 제2직업을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A. 직업부터 정하기보다 자신의 경력을 먼저 정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업무 중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찾고, 그다음 실제 채용공고를 확인하면서 가능한 직업을 좁혀가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Q. 퇴직 준비를 위해 자격증부터 취득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자격증보다 실제 일자리부터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 채용공고를 통해 연령, 경력, 근무조건, 급여 등을 살펴본 뒤 자격증이 실제 취업에 필요한 경우에 준비하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퇴직 후 필요한 생활비는 어떻게 계산하면 될까요?
A. 현재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실제 지출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에 퇴직 후 줄어드는 비용과 새롭게 발생할 비용을 반영하고, 연금과 기타 고정수입을 뺀 금액을 계산하면 일을 통해 어느 정도의 소득을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기 쉬워집니다.
Q. 회사 밖 인맥도 꼭 필요한가요?
A. 반드시 취업을 위한 인맥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회사 밖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면 다른 직업과 생활방식을 접할 기회가 늘어납니다. 퇴직 후 사회적 관계가 갑자기 줄어드는 것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결론
퇴직 5년 전부터 준비한다고 해서 5년 뒤의 직업과 생활을 지금 모두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여러 가능성을 살펴보고, 직접 해보고, 맞지 않는 것은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지금까지의 경력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생활비와 연금을 계산해 퇴직 후 실제로 필요한 소득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세 번째는 관심 있는 제2직업을 작게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여기에 디지털 적응력과 회사 밖 관계를 조금씩 만들어두고, 퇴직이 가까워지면 생활 방식까지 바꿔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퇴직 후의 삶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별개의 인생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의 생활과 경력, 사람 관계가 조금씩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퇴직 준비의 목표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두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5년 뒤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지금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지, 당장 가능한 일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의 준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퇴직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 그 시간 자체가 가장 큰 준비 자산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