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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이 기억력입니다. 예전에는 한두 번 읽으면 외워졌던 것도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고, 새로운 내용을 머릿속에 넣는 속도도 느려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 역시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나이가 들어 공부하려면 가장 힘든 것이 암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사이버대학 공부를 해보니 예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기억력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회사 일을 마친 뒤 다시 공부할 힘을 내는 것, 시험과 수업 일정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20대에 대학을 다닐 때는 공부가 생활의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50대의 공부는 회사도 다녀야 하고 가족의 일도 챙겨야 합니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뒤 남은 시간에 강의를 듣고 시험을 준비해야 하니 공부 자체보다 공부할 자리를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웠습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젊었을 때처럼 많은 것을 외우는 능력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온라인이라는 학습 방식에 맞게 공부하는 방법을 조금 바꾸면 됐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매주 열리는 강의를 놓치지 않고, 시험과 과제 일정을 챙기면서 학기 끝까지 공부를 이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일정이 더 어렵다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가장 신경을 써야 했던 것은 일정이었습니다. 사이버대학은 학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장소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들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강의마다 출석으로 인정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수강을 마쳐야 합니다.
3학점 교과목의 경우 한 주에 들어야 하는 강의가 약 75분 내외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실제 강의 시간은 대학이나 과목, 교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과목만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아 보이지만 여러 과목을 함께 듣게 되면 매주 확보해야 할 시간이 생각보다 많아집니다.
매주 새 강의가 열리고 정해진 기간 안에 수강해야 출석으로 인정됩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강의가 열린 뒤 2주 안팎으로 출석 인정 기간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간을 넘겨 강의를 듣더라도 학습은 할 수 있지만 출석 처리에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감일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의를 잠깐 재생했다고 바로 출석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학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전체 강의 시간의 일정 비율 이상을 들어야 출석으로 인정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나 70% 이상을 수강해야 하는 식입니다. 구체적인 비율과 인정 방식은 학교와 교과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학기 초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2주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회사 일이 바빠 한 주를 넘기고 다음 주 강의까지 열리면 어느 순간 두 주 분량이 함께 쌓입니다. 과목이 여러 개라면 밀린 강의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50대의 공부에서는 하루에 몇 시간을 공부할 것인가보다 이번 주에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강 마감일과 시험일을 달력이나 휴대전화 일정에 먼저 적어두면 적어도 날짜를 놓쳐 생기는 문제는 줄일 수 있습니다.
피로가 먼저 온다
다시 공부하기 전에는 퇴근 후 두세 시간 정도는 충분히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온 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으면 생각했던 것처럼 집중이 잘되지 않는 날이 많습니다.
강의를 틀어놓았는데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고, 분명 들었던 내용인데 다시 들어야 이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연스럽게 '내가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나'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억력보다 피로의 영향이 더 컸습니다. 아침부터 일을 하면서 이미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판단을 하고 컴퓨터 화면을 계속 본 상태입니다. 머리도 몸처럼 하루 동안 일을 한 셈입니다. 그 상태에서 저녁에 다시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려니 쉽게 지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특히 70분이 넘는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듣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날에는 강의 한 편을 듣는 것도 꽤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강의는 틀어놓았지만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시간만 채우는 공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오래 공부하는 것보다 내가 실제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찾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피곤한 날에는 한 과목만 듣고, 비교적 여유가 있는 날에는 조금 더 진행하는 식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와 똑같은 공부시간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 지금의 생활에 맞는 방법을 찾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시험은 암기보다 정리
사이버대학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시험도 걱정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많은 내용을 다시 외워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닌 사이버대학의 시험은 온라인으로 치렀기 때문에 예전 대학시험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시험을 보는 동안 제가 공부하면서 정리한 내용이나 메모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달달 외울 필요는 없었습니다. 오픈북 시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을 전부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를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평소에 잘 정리해 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시험이 아주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한 문제를 찾아보느라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답이 있을 만한 부분을 빠르게 찾아야 하고, 모르는 문제 하나에 너무 오래 머물면 뒤에 있는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들으면서 중요한 내용을 간단히 메모해 두거나 과목별로 필요한 자료를 찾기 쉽게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외우는 것보다 '어디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가'를 알고 있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이 부분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예상과 가장 달랐던 점이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걱정했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암기력 자체보다 자료를 정리하는 습관과 제한된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이 더 필요했습니다.
과제도 달랐다
과제 역시 예전에 대학을 다닐 때 생각했던 방식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다시 대학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긴 레포트를 자주 작성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여러 과목의 보고서를 계속 써야 한다면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한 과정에서는 예전에 대학을 다닐 때처럼 긴 레포트를 계속 제출하는 방식은 많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의견을 표현하는 형태의 과제들이 있었고,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답을 외워서 쓰는 것보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여러 경험을 쌓은 뒤 다시 공부하다 보니 오히려 이런 과제에서는 젊었을 때보다 생각해볼 것이 많았습니다.
물론 과목에 따라 과제의 방식과 난이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제출기한과 분량, 작성방법도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경험한 공부에서는 '50대에 대학에 들어가면 긴 레포트를 계속 써야 한다'는 걱정과 실제 모습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강의와 시험, 과제를 하나씩 경험하면서 공부 방식 자체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 대학을 다녔던 기억만 가지고 다시 공부를 겁낼 필요는 없었습니다. 새로운 방식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을 뿐입니다.
결국 지속이 중요했다
50대에 다시 공부해보니 기억력은 생각했던 것만큼 큰 장벽이 아니었습니다. 모르는 내용은 다시 볼 수 있고 잊어버린 것은 메모를 찾아보면 됩니다. 온라인 시험에서는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고, 과제 역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방식이라 충분히 해볼 만했습니다.
오히려 더 어려웠던 것은 일상을 유지하면서 공부를 계속하는 일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난 뒤 다시 강의를 듣는 것, 매주 출석 인정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 시험 일정을 챙기는 것, 피곤한 날에도 공부를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온라인 강의는 자유롭지만 그만큼 스스로 관리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강의가 열리는 날, 출석으로 인정되는 기간, 시험시간과 과제 마감일을 다른 사람이 매번 챙겨주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여러 과목을 듣는다면 이런 일정 관리가 곧 학습 관리가 됩니다.
그래서 50대의 공부는 젊었을 때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처럼 빨리 외우지 못하면 메모를 더 잘하면 되고, 오랫동안 집중하기 어렵다면 공부시간을 나누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공부방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맞는 방법을 새로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할까 고민하면서 '이 나이에 머리가 따라갈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억력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시작해보면 기억력보다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지친 날에도 어떻게 다시 공부로 돌아올 것인지가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루에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주 강의를 제때 듣고 중요한 부분을 몇 줄 적어두고 다음 시험 날짜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렇게 작은 공부가 쌓이면 한 과목이 끝나고 한 학기가 지나갑니다. 50대의 공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기억력보다 끝까지 이어가는 힘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