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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연금만 있으면 퇴직 후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65세가 넘어서도 수십 통의 전화를 걸고 나이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하는 다큐 속 영상의 현실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 믿음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달았습니다. 퇴직까지 이제 4~5년밖에 남지 않은 저로서는, 이제 그 현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은퇴 후 소득, 연금만으로 충분하다는 착각
일반적으로 직장인 연금이면 노후가 안정적일까요? 실제로 수치를 들여다봤을 때는 전혀 달랐습니다. 평생 공직에 몸담은 뒤 받는 공무원 연금이 월 150만 원 안팎에 불과한 경우도 적지 않고 일반 직장인의 경우는 더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서 은퇴 후 소득이란 퇴직 이후 근로소득 없이 생활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연금, 저축, 자산 등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쉽게 말해 퇴직 후 들어오는 돈 전부를 의미합니다. 일반 직장인이 국민연금으로 퇴직 후 받는 연금 수령액은 약 110만 원 이라고 하니 적어도 월250만 원 이상은 있어야 1년에 한 번 가까운 제주도 여행이라도 꿈꿔본다는 말은 그 금액이 생활을 '유지'하는 데도 빠듯하다할 수 밖에 없는 금액이라는 겁니다. 제주도 여행, 좋아하는 곳으로의 소박한 나들이 한 번을 꿈꾸기 힘든 현실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은퇴 후 제2의 삶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출처: OECD Pensions at a Glance). 경제활동 참가율이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데도 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역설은,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가난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숫자로 증명합니다. 제가 직접 이 통계를 확인했을 때,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공포로 바뀌는 느낌이었습니다.
- 공무원 퇴직 후 월 연금 수령액이 150만 원 수준인 사례 다수 존재
- 국민연금으로 직장인 퇴직 후 월 연금 수령액은 약 110만 원(2024년12월 기준)
- 한국 노인 경제활동 참가율: OECD 평균의 약 2배
- 한국 노인 빈곤율: OECD 회원국 중 1위
- 은퇴 후에도 일하는 인구: 약 421만 명
연령차별, '경험'보다 '나이'가 먼저 보이는 사회
일반적으로 기업은 경험과 숙련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30년 넘게 공직에서 일하고, 그 이후에도 미화원과 교통안전 도우미를 거치며 현장 경력을 쌓은 사람도, 나이가 70을 넘으면 경비 자리 하나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합니다. 수십 통의 전화 끝에 돌아오는 대답이 언제나 같다며, 그 이유가 "나이 때문에 어렵겠습니다." 라고 합니다.
여기서 연령차별(Ageism)이란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승진·업무 배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차별 행위를 말합니다. 인종이나 성별에 의한 차별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지만, 사회에서는 훨씬 더 당연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저 역시 퇴직이 가까워지면서 이 단어가 이전과는 다르게 읽혔습니다. 아직까지는 면접을 보러오는 구직자들을 평가하는 자리에 있지만 제가 구직자가 되어 면접을 볼 수도 있다는 그 현실이 멀지 않았다는 것에 조금은 절망이 깔려있습니다.
전문직이 아니라면 진입 장벽이 낮은 단순노동만이 고령자에게 열려 있는 게 현실입니다. 2시간에 2만 5천 원, 장당 50원 꼴의 일당. 그것도 신고 없이 전단지를 돌리다가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 구조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을 보며, 이 안에서 존엄을 지키며 일하려면 얼마나 큰 의지가 필요한지, 이야기를 접하면서 오래 생각했습니다.
고용주가 70세 이상 채용을 기피하는 이유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산업재해 위험과 보험료 문제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일종의 변명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나이 든 사람과 일하기 불편하다'는 편견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정책, '더 오래 일하라'는 말만 앞선다
정부가 고령자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말할 때, 저는 그 방향 자체에는 동의합니다. 어딘가 나갈 곳이 있다는 것, 나도 일하는 사람이라는 감각은 무료한 노년에 생각보다 훨씬 소중합니다. 문제는 그 '일할 기회'의 내용입니다.
현재 정부의 고령자 일자리정책은 주로 공익활동형 일자리 제공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공익활동형 일자리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노인에게 월 일정 시간 참여를 조건으로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쉽게 말해 정부가 돈을 주고 만들어낸 일자리입니다(출처: 복지로 노인일자리사업 안내).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경험을 살리는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핵심 문제입니다.
제가 직접 주변의 퇴직자들에게 물어봤을 때, 대부분은 자신의 경력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십 년의 경험이 경비나 청소 같은 단순노동으로만 연결되는 구조라면, 이는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저임금 노동의 연장에 불과합니다. 저는 정년을 몇 년 늘리는 것보다, 퇴직 전에 새로운 기술과 역할을 준비할 수 있는 재직자 전직 지원 제도가 훨씬 더 실질적이라고 봅니다.
'중장년경력지원제' 제도나 중장년 내일센터 등을 이용해 퇴직을 앞둔 근로자가 미리 새로운 직무 역량을 쌓고 다음 커리어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함께 지원하는 체계가 있습니다.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단순히 이력서 쓰는 법을 알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경력 전환까지 이어지는 연결 고리로 대한민국 중장년의 고용 안정과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중장년 정책을 이용해 나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지금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그 연결 고리가 아직은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상 질문
Q. 공무원 퇴직 후 연금만으로 생활이 가능한가요?
A. 일반적으로 공무원 연금이면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수령액이 월 150만 원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가 상승과 의료비, 주거비를 감안하면 연금 단독으로 소박한 여가까지 누리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퇴직 전부터 추가 소득원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Q. 70대 이상도 취업할 수 있는 직종이 있나요?
A. 현실적으로 경비나 미화, 전단지 배포 같은 단순노동 직종은 상대적으로 나이 제한이 유연한 편입니다. 다만 경비직의 경우에도 많은 고용주가 65~70세를 기준으로 채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종보다 중요한 것은 퇴직 전에 새로운 역할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대안이라 보고 있습니다.
Q. 한국 노인 빈곤율이 OECD 1위라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서 상대적 빈곤율이란 전체 인구 중위소득의 50% 미만으로 생활하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한국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OECD 평균의 두 배임에도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고령 노동자 대부분이 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Q. 퇴직 전에 미리 할 수 있는 준비가 있나요?
A. 저는 정년 연장보다 재직 중에 새로운 기술과 역할을 준비하는 것이 더 실질적이라고 봅니다. 본인의 경력을 다른 분야에서도 살릴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두고, 중장년 경력지원제도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퇴직 2~3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결론
퇴직까지 4~5년이 남은 지금, 저는 더 이상 막연한 낙관으로 이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성실하게 일하고도 나이 하나를 이유로 기회를 잃는 현실은, 개인의 준비 부족이 아니라 노후소득 체계와 일자리정책의 구조적 한계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단순히 고령자에게 일자리 숫자를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력과 경험을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질 높은 일자리와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함께 갖추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중장년 경력지원제도를 잘 이용하는 것이 내 은퇴 후의 삶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다음 단계의 시작이어야 합니다. 다만 그 시작을 개인의 의지만으로 감당하라고 하는 사회라면, 지금 당장 제 주변의 제도와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부터가 준비의 첫걸음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