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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정년은 60세인데 실제 퇴직은 평균 52.8세에 일어납니다. 수십 년을 쌓아온 경력이 '나이 많다'는 이유 하나로 순식간에 쓸모없어지는 현실을 직접 주변에서 목격하면서, 저는 이 숫자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재고용 제도가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까 싶어 여러 사례를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해법들이 이미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재고용 제도, 과연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걸까?
흔히 "고령자가 오래 일하면 젊은이 자리가 줄어든다"는 말을 듣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논리를 아예 무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 사례를 들여다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충남 금산군의 한 제조업체는 재고용 제도 도입 3년 만에 사원 수가 2배로 늘고 매출은 3배(올해 예상 100억 원)가 됐습니다. 직원이 줄어든 게 아니라 오히려 회사 자체가 커진 겁니다. 여기서 핵심은 '업무 분리'였습니다. 43년 경력의 이현숙 씨나 주은숙 부장 같은 재고용 직원들은 기계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 즉 생산 설비가 멈추는 긴급 상황에서 원인을 찾아 즉시 해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쉽게 말해, 10년 넘게 같은 기계를 다룬 사람만이 가진 감각과 판단력이 필요한 자리입니다. 신입이나 젊은 직원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인 셈이죠.
저는 재고용이 청년 일자리와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숙련 인력이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가는 구조라고 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불량률이 줄고 사기가 올랐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습니다.
재고용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이 회사는 안전 교육도 강화했습니다. 고령 직원 비중이 높아지자 작업 환경 자체를 더 안전하게 바꾼 겁니다. 이건 젊은 직원들에게도 이득입니다.
- 재고용 도입 3년 후 사원 수 2배, 매출 3배 달성 (예상 100억 원)
- 불량률 감소·생산성 향상·직원 사기 증진 등 조직 전반에 긍정적 변화
- 숙련 인력의 트러블슈팅 능력은 신입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
- 재고용 확대 이후 안전 교육 강화로 전 직원 근무 환경 개선
계속고용, 일본은 어떻게 30년을 앞서 갔나
일본 이야기를 꺼내면 "그건 일본이니까"라는 반응이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어느 순간부터 공허하게 들렸습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입니다.
일본은 1994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06년엔 초고령 사회가 됐습니다. 여기서 '고령화 사회'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7% 이상인 상태를 뜻하고, '초고령 사회'는 그 비율이 20%를 넘는 단계입니다. 일본은 그 시점에 맞춰 65세 고용 확보 조치를 법제화했습니다. 정년 폐지, 정년 연장, 계속 고용 중 기업이 하나를 택하도록 한 제도인데, 쉽게 말해 '60세에 퇴직시키고 끝내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출처: 일본 후생노동성).
초기에 기업들은 임금 부담이 적은 '계속 고용', 즉 정년 후 촉탁 계약으로 재고용하는 방식을 주로 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쿄의 한 가구 회사(직원 5,700명)처럼 계속 고용 퇴직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사례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60세 법적 정년을 맞은 와타나베 씨는 임금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에 안도하며 70세까지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임금 피크제(wage peak), 즉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대신 고용을 연장하는 방식조차 적용하지 않고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기업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와타나베 씨 같은 고령 직원과 협업하는 젊은 직원들은 "나도 나중에 저렇게 오래 다닐 수 있겠구나"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이게 제가 재고용 제도를 지지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세대 간 신뢰가 쌓이면 조직 문화 자체가 달라집니다.
기술직이 답인가, 사무직의 미래는 어디에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결국 이겁니다. "나는 사무직인데, 재고용이 가능할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고용 성공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계 조작, 품질 관리, 원료 검품, 설비 정비처럼 몸으로 익힌 기술이 핵심인 직종들입니다.
64세 정장섭 씨가 육가공 회사에서 9년째 원료 검품 업무를 하는 것도, 74세 김천식 차장이 50년 경력의 수선 전문가로 미국계 의료 회사에서 정직원으로 일하는 것도 모두 그 사람만이 가진 기술적 숙련도 덕분입니다. 이 회사는 김천식 차장을 영입하기 위해 아예 '정년 폐지'를 선택했는데, 정년 폐지란 말 그대로 나이를 퇴직 기준으로 삼지 않는 제도입니다. 미국 본사와 동일한 방식을 국내에도 적용한 셈이죠.
반면 사무직은 솔직히 설 자리가 좁아 보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사무 업무는 상대적으로 더 젊고 디지털에 익숙한 인력으로 교체하는 쪽이 비용 효율이 높습니다. 고용센터에서 실제로 기술직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됐습니다. 수강생들 대부분이 급여보다 70~75세까지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종을 원한다고 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상향 예정인 상황에서, 60세 전후에 퇴직하면 최소 5년의 소득 공백이 생깁니다. 여기서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란 국민연금을 처음 받을 수 있는 나이를 뜻하는데, 이 나이가 높아질수록 그 이전 기간을 스스로 벌어서 버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기술직 전환이든 재고용이든, 지금 당장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엔 선택지 자체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주제를 계속 찾아보게 되는 이유도 바로 그 위기감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고용 제도와 정년 연장은 뭐가 다른가요?
A. 정년 연장은 기존 정년 자체를 늦추는 것이고, 재고용은 정년 후 퇴직 처리를 한 뒤 새 계약을 맺어 다시 채용하는 방식입니다. 강원 정선군의 사례처럼 60세 정년을 63세로 늘리면 정년 연장이고, 충남 금산군 사례처럼 정년 퇴직 후 촉탁 계약으로 재채용하면 재고용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조정 유연성 때문에 재고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재고용되면 월급이 많이 줄어드나요?
A. 기업마다 다릅니다. 충남 금산군의 대기업 사례처럼 기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곳도 있고, 임금 피크제를 적용해 단계적으로 낮추는 곳도 있습니다. 핵심 숙련 인력일수록 협상력이 높아 임금 유지 가능성도 커집니다. 일본 사례를 보면 임금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는 조건이 재고용 수락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Q. 50대 사무직인데 지금부터 뭘 준비해야 하나요?
A. 고용센터의 신중년 내일 지원 센터에서 기술직 전환 교육을 받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기술직 프로그램 수강생 대부분이 사무직 출신이었고, 급여보다 장기 근속 가능성을 우선으로 직종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자격증 하나라도 준비해두는 게 10년 뒤 선택지를 넓히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Q. 정년 폐지 제도를 도입한 회사가 실제로 있나요?
A. 있습니다. 미국계 의료 회사가 69세의 김천식 차장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정년 폐지를 선택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74세인 현재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50년 경력의 수선 전문가처럼 대체 불가한 기술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모든 직종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기보다는 특수 숙련직 중심으로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평생 일하고, 자식 교육과 결혼까지 뒷바라지하고 나면 이제는 편안해질 차례여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퇴직 후에도 생계를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준비 부족으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법적 정년 60세와 실제 퇴직 연령 52.8세 사이의 간극, 그리고 국민연금 수령까지의 공백은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큰 구조적 문제입니다.
재고용 제도, 계속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 어떤 방식이든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의 니즈를 인정하고 양보할 때 작동합니다. 모든 기업에 일률적인 제도를 강제하기보다, 경영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체계 안에서 특히 기술직의 장기 고용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주목받아야 합니다. 은퇴가 빈곤의 출발점이 아니라 진짜 인생 2막의 시작이 되려면, 제도와 개인의 준비가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