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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퇴직’이라는 말을 남의 일처럼 생각했습니다. 매일 출근하고 일을 처리하고 다음 주와 다음 달의 일정을 잡다 보면 지금의 직장생활이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50대 후반이 되고 주변에서 하나둘 퇴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도 어느새 제 손을 떠나 각자의 생활을 하고 있고, 저 역시 지금의 직장을 떠난 뒤에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지금의 직함이 없어지면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그때부터 퇴직 이후의 삶을 단순히 돈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게 됐습니다. 생활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제2의 인생 준비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퇴직 후의 시간을 생각했습니다
퇴직을 이야기할 때 ‘은퇴 허니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이어진 직장생활이 끝난 직후에는 늦잠도 자고 여행도 다니면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과정을 겪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저에게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휴식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에도 하루를 채울 일이 있는지, 계속 만날 사람이 있는지, 내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역할이 남아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아직 퇴직하지 않은 제가 퇴직 이후의 마음을 직접 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퇴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장을 떠나는 순간 월급만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생활, 동료들과 나누던 대화, 내가 담당하고 있던 일, 회사 안에서 불리던 직책까지 한꺼번에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한다는 것이 단순히 ‘무슨 일을 할까’를 정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이 없어져도 이어갈 수 있는 역할을 미리 하나씩 만들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시 일할 가능성을 봤습니다
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할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준비되어 있고 일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소득 때문에 다시 일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어떤 형태로든 일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꼭 지금과 같은 직급이나 급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근무시간이 짧아질 수도 있고, 정규직이 아니라 강의나 시간제 업무, 온라인을 이용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일했다고 해서 그 경력이 퇴직 이후에도 자동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되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회사 안에서는 익숙하고 당연했던 업무도 회사를 나오면 다른 조직이 필요로 하는 능력으로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이전의 직책보다 내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재취업 준비도 퇴직 후에 시작해서는 늦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직장이 있을 때 내가 가진 경력을 정리해보고 실제 채용공고도 살펴보면서 다음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확인해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퇴직하고 나서 처음으로 세상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조금씩 바깥의 노동시장을 들여다보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준비입니다.
창업도 먼저 시험해봐야 합니다
퇴직 이후의 선택지를 생각하면 창업도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창업을 퇴직 후의 쉬운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는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일하지만 창업을 하면 상품이나 서비스부터 고객, 홍보, 비용, 세금까지 모두 스스로 책임져야 합니다. 경험하지 않은 업종에 퇴직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는 재직 중부터 오랫동안 준비한 뒤 새로운 길을 선택한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가운데 한 분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에서 공부했던 전공을 다시 살리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박사학위까지 받은 뒤 퇴직하고 대학 동기들과 작은 제조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주 크게 성공한 사업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몇 년 만에 문을 닫지도 않았습니다. 본인은 큰돈을 버는 사업이라기보다 자신이 준비해온 분야에서 꾸준히 일을 이어가는 정도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퇴직한 다음 급하게 “뭘 할까?”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재직 중부터 공부하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준비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창업을 생각한다면 큰돈부터 투자하기보다 가능한 범위에서 먼저 시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으로 작은 판매를 해보거나, 관심 업종에서 직접 일해보거나, 내가 가진 서비스를 소규모로 제공해보는 식입니다.
퇴직금은 다시 벌기 어려운 돈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확인하기 전에 먼저 투자하는 순서는 피하고 싶습니다.
저는 가르치는 일을 골랐습니다
저 역시 퇴직 후 무엇을 해야 할지 한 번에 답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다시 포기하기도 하면서 결국 제가 비교적 오래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분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택한 것이 한국어교육이었습니다.
저는 평생교육과 온라인교육 관련 일을 오래 해왔습니다. 전혀 관계없는 분야로 갑자기 뛰어들기보다 지금까지 해온 교육이라는 영역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전문성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저에게는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사이버대학 한국어 관련 학과에 편입해 3학년과 4학년 과정을 2년 동안 공부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다시 학생이 되어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직장 일이 바쁜 시기에는 왜 이 나이에 또 공부를 시작했나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예전보다 기억하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한 학기씩 지나면서 ‘그래도 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결국 과정을 마치고 한국어교원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자격증을 받고 나니 새로운 직업이 바로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실제 수업 경험이 필요하고, 교안을 만들고 외국인 학습자에게 한국어를 설명하는 능력도 더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퇴직 전인 지금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하나 만들어두었다는 사실은 꽤 든든합니다.
경력 목표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경력 목표라고 하면 승진이나 연봉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50대 후반인 저에게 경력 목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직급을 얼마나 더 높일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의 직장을 떠난 뒤에도 사용할 수 있는 일을 얼마나 준비해둘 것인가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하나씩 다시 바라보고 있습니다.
- 평생교육과 온라인교육 분야에서 일해온 경험
- 새로 취득한 한국어교원 자격
- 온라인 강의가 운영되는 방식을 알고 있다는 점
- AI를 배우고 업무와 글쓰기에 활용해본 경험
-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경험
하나씩 보면 서로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제게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를 가르칠 수도 있고, 온라인으로 교육자료를 만들 수도 있고, 지금까지 해온 교육 관련 경험을 새로운 형태의 일로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무엇이 최종적인 제2의 직업이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퇴직하고 나서 생각하지 뭐’라고 미루지는 않게 됐습니다.
여성에게도 퇴직은 변화입니다
원래 이 글을 쓰면서 여성은 남성보다 퇴직 이후의 공허함이 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넣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성별로 단순하게 나누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같은 여성이라도 살아온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한 사람에게는 배우자의 퇴직으로 집안의 생활 리듬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처럼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온 사람에게는 자신의 직장을 떠나는 변화가 직접 찾아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오랫동안 해온 역할이 달라지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느 성별이 더 힘든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어떤 생활을 해왔고 퇴직 이후에는 어떤 생활을 원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지금 시작하는 것
저는 아직 현직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재취업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퇴직 후 생활을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래서 지금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준비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 지금까지의 경력을 다시 정리하기
- 한국어교육 관련 실제 수업 경험을 준비하기
- AI를 배우고 현재 업무에 활용하기
- 블로그에 공부와 경험을 기록하기
- 관심 있는 직업의 실제 채용공고를 살펴보기
- 작은 규모라도 새로운 일을 직접 시험해보기
예전에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고 하면 대단한 자격증이나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모두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에 새로운 능력을 조금씩 더하면서 다음 일을 만드는 것이 제게는 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예상 질문
Q. 은퇴 허니문은 누구나 겪나요?
A. 모든 사람이 같은 과정을 겪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퇴직 직후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바로 불안이나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이 사라진 뒤의 생활과 역할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봅니다.
Q. 퇴직 후에는 재취업과 창업 중 무엇이 더 좋을까요?
A. 사람마다 다릅니다. 재취업은 기존 경력과 채용시장 상황을 봐야 하고, 창업은 투자금과 사업 경험, 실패했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어느 쪽이든 퇴직 후 처음 시작하기보다 재직 중에 작은 형태로 먼저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Q. 50대 후반에 새 공부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요?
A. 저는 사이버대학에 다시 편입해 2년 동안 공부하고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바로 새로운 직업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할 때는 그 자격이나 교육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까지 함께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제2의 직업은 지금 하는 일과 완전히 달라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중장년이라면 지금까지의 경력을 모두 버리는 것보다 기존 경험에 새로운 자격이나 기술을 더하는 방법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교육기관에서 일해온 경험에 한국어교원 자격과 AI, 온라인 콘텐츠 활용 능력을 연결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퇴직 준비는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A. 저는 먼저 지금까지 해온 일을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잘하는지,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반대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무엇인지 정리합니다. 그다음 실제 직업과 연결해보고 부족한 부분만 공부하거나 경험해보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50대 후반이 되면서 저는 처음으로 퇴직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직장을 오래 다니고 노후자금을 준비하면 은퇴 준비가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돈만큼 중요한 것이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에 대한 준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시 공부했고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AI도 배우고 블로그도 시작했습니다. 아직 어느 하나가 확실한 제2의 직업이 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여러 가능성을 직접 시험해보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예전과 분명히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퇴직 이후가 막연하게 두렵기만 한 시간이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하면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는 다음 단계라는 생각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저처럼 퇴직을 몇 년 앞두고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직장을 그만두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을 다시 들여다보고, 관심 있는 일을 하나 공부하고, 작은 경험 하나를 만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2의 인생은 퇴직하는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 속에서 다음 일을 조금씩 준비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